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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미나리와 윤여정
한참 지나 잠잠해진 후 글을 올리는 게 요즘 습성으로 굳어진 듯하다. 우리 세대를 만나게 되면 모두 말이 너무 많다. 거의 소음에 가깝다. 나를 보는 듯하여 조심해야겠다고 여러번 다짐해오다보니 글도 삼가는 편이다. 1. 와 윤여정도 마찬가지다. 언론에 이미 대서특필된다가 페친 대부분이 훌륭한 코멘트를 가하고 있으니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다 싶었다. 게다가 내가 윤여정 연구자가 아니고, 그의 작품을 골라 일부러 더 많이 본 것 같지도 않았으니 별다른 견해가 있을 리 없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나는 조영남과의 '관계'속에서 윤여정을 조명할 뿐이었다. '저 쓰레기같은 자와 함께 살았다니 운.......추천 -
[비공개] 문화강국의 대통령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어느 한 나라가 자국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데도 국제 정치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모든 나라가 한목소리로 연대와 협력을 말했지만 자국의 사정이 급해지자 연합도 국제 공조도 모두 뒷전이 되어 국경 봉쇄와 백신 수출 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그와 같은 냉엄한 국제 정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그럴 때일수록 우리도 내부적으로 단합하여 지혜롭게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2021/04/26 수석보좌관회의 대.......추천 -
[비공개] 결석하지 맙시다
"우리가 경제학을 배우는 목적은 경제학자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이다".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의 거두인 조안 로빈슨(Joan Robinson)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한 말인데, 이는 내가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줄기차게 글을 올리는 동시에 강의를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 제도경제학의 접근방법론은 이 목적에 가장 부합된다. 내가 비주류경제학 가운데서도 굳이 '제도경제학'을 연구방법으로 선택한 이유다. 제도경제학은 일원론적 인과율을 택하는 보수적 신고전주의경제학은 물론 진보적 마르크스경제학, 심지어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과 달리 '총체론적 인과율'로 경제현실을 진단한다. 총체론(holism)의 출발.......추천 -
[비공개] learning by doing
작년에 비해 신체역량이 저하된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환경이 많이 정리됐고, 그동안 토질도 크게 개선되어왔을 뿐 아니라 작물재배 경험도 쌓여 올해엔 삼포제를 일시 중단하고 밭 네개를 모두 활용하기로 했다. 블랙베리가 사방으로 뻗지 않도록 철망으로 감싸고, 오이줄기가 높이 감기도록 틀을 꽉 잡은 후 고추대를 세웠다. 간단한 아이디어인데도 7년이 지나야 비로소 생각이 난다. '실행의 학습'(learning by doing )! 요즘 경험이 '라떼'의 오명을 덮어쓰고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지만, 인간의 대다수 도구와 기술은 실행, 곧 경험의 산물이다. 연구(researching)의 산물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축적된.......추천 -
[비공개] 시장님의 앞마당
부산의 언론지형은 매우 보수적이다. 때문에 진보지식인이 견해를 피력할 공간이 협소하다. 그러다보니 자칭 진보적인 교수들도 신문사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알아서 긴다'. 밉보이면 필진으로 '간택'받지 못하고 나처럼 제도권밖 광야에서 외칠 뿐이다. 때문에 부산의 진보교수들이 다루는 주제의 최대치가 기껏해야 '지역불균형' 문제다. 계급불평등과 시정비판은 삼간다. 지식인은 숙련된 '자기검열기술자'다! 보기 민망하다. 그러질 못해 내가 맡은 방송도 오래 못 가며, 신문사 칼럼도 6개월을 못 넘긴다. '내 쪼대로'다. 국제신문에서도 '내 쪼대로 글쓰기'는 여전히 진행.......추천 -
[비공개] 제주 항몽유적지: 진보, 민족, 애국
1, 2화에 이어 3화에도 '좌파'를 굳이 붙이는 이유가 사실 이전에 이미 제주도를 두 번이나 간 적이 있지만 너무 '우파'적으로 쏘다녀 반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1. 우파에겐 죄송하지만 적어도 경제학에서 정리되는 우파적 삶이란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며 쾌락주의적이다. 타인과 사회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쾌락과 성공이 최고의 목적이며, 최고의 도덕이다. 그러니 지금 내옆에 있는 남이 죽든말든 관심이 없다. 신고전주의경제학의 이런 세계관을 '방법론적 개인주의'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우파에겐 아직까지 규명되지 못한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에 공감해 분노하는 건 .......추천 -
[비공개] 좌파교수의 제주여행 2화: 제주 맛집
1. 둘 다 좋아하는 게 따로 있어선지 밖에 나돌아 다니기를 별 즐기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여행에도 소극적이다. 견문을 넓힌다지만 사전에 뭘 알고 가야 배울게 있는 게 여행인데, 매일 공부만 하는데 굳이 예습까지 해가며 여행하는 건 내 두뇌역량이 못 받쳐 준다. 본전 뽑으려 하루에 몇곳을 방문해 사진만 찍고 오던 여행을 해 보니 남는 건 피곤한 몸 뿐이다. 그런 이유로 마당이 넓은 전원주택은 우리 '방콕패밀리'한테 딱이다. 2. 방콕족에게도 나들이기회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우연히 나다녀야 할 기회가 생겨 제주에 오게 됐는데, 가서 뭘할까 고민이 됐었다. 이래저래 사람들 말 들어보니 무릎을 탁 치는 진리를 깨닫게.......추천 -
[비공개] 제주 4.3! 좌파교수의 제주여행1('개독교' 단상)
"1949년 4월 1일 오후 3~4시경 불시에 들이닥친 군인토벌대에 의해 가족이 전소되고 주민들이 희생당했다. 집과 사람은 오간데없고 그 돌담만 남아 이 억울하고 원통한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곤을동 초토화 마을 유적터에 55년이 지난 오늘에야 온 도민들이 마음을 모아 해원상생의 굿판을 벌여 이를 위무하고 이곳에 옛조상들이 그랬듯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거욱대를 세운다" 국방경비대 제2연대 1소대가 곤을동을 포위했다. 이들은 주민들을 한데 모이게 한 다음 젊은 사람 10명을 바닷가로 끌고가 학살한 다음 39채의 집을 깡그리 불태웠다. 다음날 화북초등학교에 가둬두었던 일부 주민도 학살하고 28가.......추천 -
[비공개] 의심과 믿음
거창한 종교적 질문을 던지려는 게 아니다. "여기는 교회가 아니라 학교며, 나는 성직자가 아니라 교수입니다. 교수는 학문을 논하는 사람입니다. 학문은 통념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종교의 미덕은 믿음이지만, 과학의 미덕은 의심입니다. 의심은 오늘 질문의 옷을 입습니다. 여러분 제 강의를 맹신하지 말고 질문하십시오. 그게 학문하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며, 이로써 학문은 발전했습니다" 무슨 강의를 하든 첫시간에 항상 하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거의 30년을 강의했지만, '의심'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공부 좀 하는 학교학생들은 학점 잘 따기 위해 필기해 암기하느라 의심의 미덕을 외면하였고.......추천 -
[비공개] 샤이 진보
1. 진보는 완고하고 정적인 노인보다, 개방적이고 활동적인 청년의 이미지를 달아준다. 진보는 이기적이고 냉혹한 '샤일록'보다 이타적이고 따뜻한 '사마리아인'이 되게 한다. 진보는 탐욕에 절어 공동체를 배신하는 박정희와 이완용보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김구와 안중근의 삶에 더 가까워지고자하는 태도다. 2.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진보는 성공과 이익을 위해 현실에만 매진하는 현실주의보다 그것들을 우습게 생각하며 정의와 미덕의 세상을 꿈꾸며 사는 낭만주의다. 고초를 겪긴 하지만 진보적이어서 내 인생은 멋지고 행복하다. 때문에 나는 보수주의를 경멸하는데, 특히 보수주의자임을 자.......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