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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나무와 달"에 대한 검색결과1227건
  • [비공개]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왕은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백성들을 가르칠 지침서를 만들라." 신하들은 머리를 맞대어 열 두 권의 책으로 엮었다. 열 두 권을 본 왕은 너무 방대하니 한 권으로 줄이라고 명령을 했다. 사실 열 두 권도 줄이고 줄여서 만든 것이었다. 이에 신하들은 며칠 밤을 수고하여한 권으로 요약하였다. 그런데왕은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여 이것마저도 더 줄여 단 한 줄을 원했다. 신하들은 오랜 기간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끝에한 줄로 만들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로또 1등을 당첨시킨 가게가 우리 동네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갈까말까 망설이고 있던 중이었는데 묵직한 글 한 줄이.......
    나무와 달|2019-09-27 03:14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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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만수동에 사는 나는

    만수동에 사는 나는 / 문 정밥을 많이 먹어도 배가 나오지 않아서인지바람 한 점만 불어도 흔들려요수많은 계절을 지나왔는데도 아직 홀로서기가 안되고 있어요좀 더 기대고 살아야 할까 봐요가끔 실수를 하기도 해요별동별을 쫓다가 초승달에 걸려 넘어진다거나 귀뚜라미 볼륨을 높이다가 단풍잎을 떨어뜨리기도 하지요언젠가반딧불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바로 접고 말았어요정을 뗄 자신이 없거든요그것만큼 비극적인 일은 없잖아요만약, 당신이 9월의 행간을 읽을 수 있다면 말을 걸어와도 되요술은 못 하지만 보들레르나 랭보에 대해 밤새 얘기를 나눌 수는 있거든요나는 별빛 쏟아지는 동네에 사는 키 작은 코스.......
    나무와 달|2019-09-26 09:30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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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뜨거운 것들

    현관문을 열자 익숙한 냄새가 훅 얼굴을 뒤덮는다. 거실을 안개처럼 점령한 이 냄새의 꼬리를 따라갔더니식탁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아들이 있다. 회식을 한다고 새벽에 귀가 한 아들이 늦은 아침으로 라면을 먹고 있는 것이다. 식탁 위에서 보자기를 둘러쓴 채 외면당하고 있는 반찬들을 보자순간, 욱하는 것이 올라온다. 연 나흘째 술을 마시고 들어온 아들에게 말이 곱게 나갈리가 없다."술 그만 좀 마셔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라면을 내 입에 넣어준다. 뜨겁고 매운 것들이 복잡해진 입을 간단하게 막아버렸다.라면을 다 먹은 아들은 친구들을 만나야한다며 또 나가버리고뱃속으로 들어간 라면만 부글부글 끓고 있.......
    나무와 달|2019-09-24 08:33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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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내 안의 속물(俗物)

    내 안의 속물(俗物) / 문 정사회초년생일때 담배를 피우지도 않으면서 성냥을 수집하는 회사동료가 있었다. 다양한 디자인의 성냥들은 앙증맞게시리 작고 알록달록한 색상들이었다.어느 날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예쁘잖아!" 그녀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모 드라마에서 한 남자가 마음에 둔 여자를 친구한테 털어놓는 장면을 보았다."아까 서점에서 내 이상향을 봤어.""예뻐?""그 서점에서 일하는 것 같아.""예뻐?""첫눈에 반해버렸어.""예뻐?""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예뻐?""어떻게 먼저 말을 걸지?""예뻐.......
    나무와 달|2019-09-22 08:39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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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하현달

    하현달 / 문 정지금은 자판을 두드리지만 연필을 한창 좋아했던 때가 있었다. 무엇이든 지울 수 있어서 좋았다. 틀린 글자도 지우고 다시 고쳐쓸 수 있고,시간이 흐를 수록 지워지는 것들이 늘어나서나의 책임을 지우고 아내의 자리를 지우고 그 사람마저 지워져버릴 뻔 했던빈 자리에친구의 명품 가방, 고급 승용차가 들어차고우리 집보다 높은 빌딩들이 그려졌다가 지워졌다가를 반복하고그러던 어느 날, 둥글던 그의 얼굴이 사위어가는 것을 보았다.세월이 지난 지금, 그의 실수를 그의 변명을 그의 술주정들을 하나씩 둘씩반 정도 지우고 나니우리가 무수히 싸우다 지웠던 연필 자국만 하현달처럼 아름답다.
    나무와 달|2019-09-20 01:52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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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가발을 못 쓰는 여인

    자꾸 빠지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가발을 쓸까 생각하게 된다.몇년 전, 머리카락 한 올도 없는 소피아가 토크쇼에서 진행자와 가위바위보를 하고위트를 섞어가며 관중들을 웃겼었다.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민권을 받은 그녀는 잡지사 표지모델로 나오기도 했고, 유엔 경제이사회에 패널로 등장해거침없는 답변을 하기도 했지만,한복을 입은 모습은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전자회로를 그대로 드러낸 이유는인간과 구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일부러 가발을 씌우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난 가발을 쓸 수도 있고생각에 생각을 더할 수도 있고창작적인 활동도 할 수 있어서기뻐하고 행복해야하는데... 왜 슬플까.
    나무와 달|2019-09-18 05:22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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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턴테이블 위에서

    2차를 어디로 갈까. 스무명의 인원이 들어갈 만한 공간을 찾는 중마침 근처에 사는 선배가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선배답게 지하실 전체를 음악실로 꾸며놓았는데피아노, 드럼, 섹소폰, 하모니카 등 음악 스펙트럼이 넓게 펼쳐져 있다.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학창시절 너무 갖고 싶어했던턴테이블.첫 알바를 했던 음악다방은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여 늘 문전성시였는데존 뎀버, 리처드 클레이더만, 폴 모리아는나를 매일 초원으로 해변으로 하늘로 실어날랐다.삼십여년이 흐른 지금,존 덴버의 Perhaps Love가 다시 턴 테이블 위에서 흐르고, 우리는 차를 마시며 쿠키 같은 추억을 나눠먹는다.
    나무와 달|2019-09-17 12:27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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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스승이 내게 한 일

    스승이 내게 한 일 - '시인은 어떤 사람이가'를 읽고가난한 게으름뱅이로 살아라!건달이 되기로 했다.감정을 풍부하게 해라!눈물을 많이 흘리기로 했다.초월의식을 가져라!달의 뒷편을 보아야겠다.비판적인 시선을 가져라!꽃이 아닐 때는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말재주꾼이 되어라!글로 수채화를 그려보리라.훌륭한 인품을 지녀라!이른 아침 가장 맑은 공기를 마실 것이다.스승님이 내 가슴 속에바람 한 점을 불어넣었다.
    나무와 달|2019-09-15 03:13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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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배추 살리기

    배추 살리기 / 문 정가을장마가 그치고 모처럼 햇살이 눈부신 아침부삽을 들고 밭으로 나갔다. 밭이라고 해봐야지인으로부터 얻은공원 옆 한 평 정도 되는 땅이다. 한달 전 심어놓은 배추 모종이내 손바닥만하게 잘 자라고 있던 중에 태풍을 맞아버린 것이다. 수십 개의 송곳으로 찍어내린 듯 일제히 구멍 숭숭난 이파리들이 너덜거린다.살아날 수 있으려나. 영양제를 뿌려주고 아침 저녁으로 눈도장을 찍는 중이다. 부삽으로 흙을 돋우어주자 손끝에 아기 배추의 재롱이 느껴진다. 순간, 내 가슴에 온통 푸른 물이 든다죽은 시도 살릴 수 있는 힘이 쏟구친다.
    나무와 달|2019-09-14 01:33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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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달을 품은 호박전

    달을 품은 호박전 / 문 정올해는 보름달을 볼 수 있으려나. 일기예보를 컴퓨터에서 찾아보다가 하릴없이 사진 폴더를 클릭하자 수년 전의 추억들이 우르르 쏟아진다.며느리 셋이 대추나무 그늘에서 생전 시어머니가 좋아하던 호박전을 지졌다큰형님은 아주버님과 다투었던 일 한 점을 홍고추처럼, 작은 형님은 큰 아들의 취업소식을 쑥갓처럼 올리면, 막내인 나는 가지런하게 채반에 담는 역할을 했다. 삶의 매운 맛을 조금씩 알아가던 새댁인 나는 형님들의 노련한 전에실고추 몇 개를 고명으로 올릴 뿐이었다. 점점 꽃밭으로 변해가는 채반 주변에 조카와 손자들까지 빙 둘러앉아 저녁내내 시끌벅적했던그 넓은 마당그 많던 시댁 식.......
    나무와 달|2019-09-13 09:49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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