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끼리 모여 서로 음식이랑 선물 가져와서 먹고 놀았어요. 장소는 태형이가 무언가를 하려고 빌려놓은 성수동 오피스에서. 요 녀석이 무엇을 할 것인지 참 궁금한데 정작 본인도 아직 용도를 못정한 듯 합니다. 워낙 잡기술이 많은 녀석이라 굶지는 않을거라 걱정은 안되고 일단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곳에서 모이기로했어요. 생각치도 못한 멍개의 방문이 특히 좋더군요 흐흐. 저도 어서 살림차리면 유기견을 데려다가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미 한달이 지나버린 추억이지만 이 날은 유독 따뜻한 밤이었어요. 지난일이지만 어쨌든 메리크리스마스!

별다른 기대 없이 찾아간 은평구 한옥마을. 이곳에서 깜놀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니, 서울에 이런 곳이? 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이웃들도 멋진 분들이 많고 집들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살 집을 고르는 선택 기준에서 저에게는 '이웃'이 참 중요한 요소입니다. 웬만하면 미술, 음악, 디자인과 같은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고, 주변에 예쁜 가게와 맛있는 식당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곳이면 해요. 뭐 여튼, 누군들 안그러겠냐마는 좋은 곳에서 살고 싶은데 제게 적어도 교통편이나 학군은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이곳 한옥마을이 꽤나 눈에 밟혀서 Summer 에게 물어보니 너무 멀다하네요. 사실 3호선 구파발 역에서도 1.......

최근 어렵다는 명품씬에서 그나마 가장 선방하고 있는 브랜드는 골든구스로 널리 알려진 GGBD가 아닐까합니다. 16년 코리아에서 외형으로 1위를 했을거라는 구찌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브랜드'에 불과하지만 브랜드 파워로 보자면 정말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미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독점한 '스니커즈'라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에서 베네치아 출신의 독특한 컬트 브랜드가 이렇게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꽤나 흥미로운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수십년 이상의 유구한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어야만 겨우 입성할 수 있는 명품관에 갓 십여년의 역사를 가진 캐주얼 스니커즈 브랜드가 이토록 '핫'한 이유가 뭘.......

이 멋진 카페는 원래는 전분공장이었다고해요. 서울에도 공장이나 창공을 리테일샵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많아지고는 있긴하지만 여기 사장님은 정말 내공이 후덜덜하더라고요. 서울에서 동명의 카페를 성공적으로 오픈하시고는 바로 제주도 매장을 여신 모양이에요. 구조랑 외관도 그대로두고 이 어마어마한 100여평의 공간을 카페로 만드셨어요. 나중에 제주도 브랜드들은 여기서 런칭쇼나 프레젠테이션 하면 될 것 같아요. 탑동의 아라리오도 또한 비슷한 사례인데(여긴 모텔과 극장을 미술관으로 바꿨어요) 보고 또 봐도 구석 구석에 이전에 쓰이던 전분공장의 그대로를 살려놓으면서도 카페가 가져야할 다양한 요소들(바, 키친, 테이블)을.......

덴마크 가정식이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Summer 가 꼭 가보고싶다고해서 왔어요. 제가 노르웨이에서 1년여간 교환학생으로 다녀왔는데 여기 음식이 사실 별거 없어요. 브라운 치즈에 빵 발라먹고, 기념일데 당근 케익 먹는거 말게 전부였거든요. 그래도 요즘 와 같은 레스토랑이 주목을 받고, 또 노르딕 키친이 하나의 유행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먹어보아야지, 하고 작은 기대를 하고 갔었더랬죠. 헌데 문을 열고 테이블에 앉은 순간 여긴 맛있는 곳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저희가 먹은 음식은 전복파스타에 토마토 등갈비였는데요 매니저님이 서빙해주면서 친절하게도 파스타와 등갈비의 레서피를 간단히 설명해주시는데.......

얼마전 치쿠치쿠의 인스타그램에 곧 매장이 문을 닫는다는 슬픈 공지가 뜬 적이 있어요. 평소에 강아지가 너무 너무 보고 싶은 날이면 Summer와 즐겨찾던 곳인데 이게 웬 날벼락같은 소린가! 하고 놀라서 바로 달려갔죠. 아쉽게도 사장님은 계시질 않아서 말씀도 여쭤보지 못했지만 다 각자의 사연이 있고, 뜻과 길이 있는 거니깐 이해합니다. 반려동물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추천해드립니다. 제가 애견카페를 너무 좋아해서 서울에서 잘 되어 있다는 곳만 열군데 넘게 가 보았는데 위생상태나 청결관리, 메뉴구성, 머청다이징이 이렇게 잘 되어있는 곳이 없어요. 일단 반려견들이 너무 건강한데다가 교육도 어찌나 잘 받았는지 말.......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이니, 20년이니 해도 패션이나 디자인, 건축을 하시는 분들은 일본이 우리보다 얼마나 앞서있는지 모두 잘 압니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아오야마, 다이칸야마와 같은 곳을 가보면 압니다. 서울의 압구정이나 홍대, 명동과 같은 곳과는 전혀 다른 감도와 품질의 상품들이 넘쳐나죠. 중국제 싸구려와 카피상품을 팔고, 호객행위로 화장품 샘플주며 장사하는 서울과 격이 달라요. 프랜차이즈 로드샵과 대기업의 SPA가 판을 치며 서울의 상권은 맛이 갔지만 여전히 일본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도쿄에는 보고 느끼고 배울게 많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이미 소개했었던 것들부터, 일년에 두세번 정도 일본 시장조사를 떠나는 저조차.......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문득 어머니의 취향을 곰곰히 뜯어보니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지만 그것들만의 공통적인 어떤 느낌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미국이나 영국의 60년대, 80년대의 느낌을 복각하고 재현하며 유행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과 같이 조만간 저보다 젊은 세대들은 서울의 80~90년대의 오리지널 빈티지를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지만요. 뭐 아직은 대다수가 '헬조선'이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서울에 대한 애정, 한국에 대한 애착이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