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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나무와 달"에 대한 검색결과1227건
  • [비공개] 알람인생

    요란한 소리에 눈을 떴다. 잠깐 낮잠이 들었나보다. 닭이 홰를 치는 듯한 알람소리에 꿈 속에서 튀쳐나왔다. 시계를 본다. 벌써 2시. 과로인지 몸 상태가 천근만근이다. 쉬고 싶지만 가게에 나가야한다. 알람이 울리면 늘어졌던 세포와 근육들이 일제히 일렬종대로 늘어선다. 풀 잘 먹인 이불호청 같은 상태가 된다. 긴장상태로 나갔다가 다시 녹초가 되어 들어올 이 다람쥐 쳇바퀴는 영원히 돌 듯... 때마다 울려대는 알람소리들. 학교 졸업 후 취업알람, 취업 후 결혼 알람. 앞으로도 또 얼마나 많은 알람들이 남아있을까. 혹시나 수많은 알람 때문에 줏대없이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이젠 내 맘대로 살아도 되는 나이잖아. 배터리를 빼버렸다.
    나무와 달|2019-05-20 04:17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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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청소의 꽃

    누가 그랬다. 청소의 꽃은 유리창 닦는 것이라고...꽃을 닦는 심정으로 유리창을 청소했다. 따뜻한 물에 세제를 풀고 스펀지로 문질렀더니 딴 세상인 것처럼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올봄, 유난히 미세먼지들과 씨름하는 날이 많았다. 창에 때가 끼었다는 것은 느끼지 못한 채 제일 만만한 미세먼지 탓만 했었다. 마치 그를 주범으로 몰아야 내 게으름이 정당화되는 것처럼. 바깥이 늘 흐렸던 원인은 내게 있었다. 시력검사를 했더니 0.8이 나온 것이다. 2.0 시절들이 창밖에서 소멸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싹이 움트는 과정, 꽃잎 하나의 미세한 떨림, 지하암반의 깊이에서 올라오는 연녹의 힘을 못보고 지나왔을지도 모른다. 창으로 보.......
    나무와 달|2019-05-19 10:22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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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부속품 정기검진

    우주선 내부 같은 곳에서 부속품 검사를 했다. 부속품들이 삐걱거리면 일단 불안하다. 고장난 부속을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다. 뛰어난 재질로 만들어져 잔고장 없이 잘 사용되는 제품도 보았다. 그건 운이 억세게 좋은 경우이고 대부분 제품들은 말썽 하나씩 있다. 공장에서 출시될 때부터 말썽이더니 일년이 멀다하고 자꾸 오류가 발견된다. 나사가 빠진다던가 하는 일은 워낙 다반사. 갑자기 툭 튀어나온 못 때문에 주변 사람들까지 기겁을 하게 만든 불량제품인 나! 정기 건강검진을 했다. 아직은 이상 무! 천연자연환경이 뛰어난 제주도 제품에서도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라는 것, 심폐소생술로.......
    나무와 달|2019-05-18 11:13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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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어쩌다 가족

    친구가 외국으로 나가게 되면서 받아 온 잉꼬. 어쩌다 우리 가족이 된지 만 2년. 고양이나 강아지보다는 손도 덜 가고 조용할 줄 알고 덥석 받아왔는데... 웬걸~~~ 툭하면 싸우네요. 싸워야 살 수 있는 건지 투닥거림의 반복에서 에너지가 발생하는 건지 정말 자주 싸웁니다. 털도 많이 날립니다. 매일 털과의 전쟁이네요. 사실은 털이 싫어서 좋아하는 고양이도 못 키우고 있는데... 얘네들은 싸울 때는 웬수처럼 싸웁니다. 다신 붙어있지 않을 것 처럼... 그러다가도 바로 뽀뽀를 쉴새 없이 하네요. 곧 죽어도 당신밖에 없어 뭐 그런 심정인가 봅니다. 잉꼬부부라고 소문난 친구가 남편과 싸웠다고 울면서 하소연 합니다. "어쩌다 내가 이런 인.......
    나무와 달|2019-05-17 09:33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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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님은 갔습니다

    며칠 전 부터 이상하긴 했다. 부르면 한참만에 나타나질 않나, 얼굴 보여주길 새색시처럼 수줍어하질 않나, 그러다가 며칠 전부터 이상한 메세지를 자주 날리더니 결국 가셨다.님은 갔습니다. 아~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딱 그 심정이다. 처절한 심정으로 다 날라가버린 텅빈 우주를 쳐다만 볼 뿐.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그 많은 자료들이 모두 공중분해된 것이다. 갈려면 혼자 가지 왜 내 새끼들까지 데리고 갈까. 수정 중이던 수십 편의 글들을 다시 살릴 수 없다는 게 제일 큰 충격이다. 망연자실이다. p.s : 십 여년을 동고동락한 동지는 지금 심폐소생중이고, 나는 스마트폰으로 그나마 숨을 쉬고 있다.
    나무와 달|2019-05-16 09:26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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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아이와 할머니

    식당에 앉아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옆 좌석에는 여섯 살 된 남자아이와 엄마인 듯 싶은 젊은 여성과 칠순 정도 되어보이는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우리 일행은 식구가 많아 큰 테이블이었고 옆 자리는 꼬마 포함 세 가족이어서 4인용 좌석이었다. 그 옆 테이블에 연이어 우리 좌석에도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다양한 음식들이 금세 차려지고, 맛깔스러운 다양한 메뉴들을 오랜만에 대하니 괜히 마음이 바빠졌다. 옆 좌석 꼬마 앞접시에도 갖가지 음식들이 쌓여가는데... "함머니는 왜 골고루 안먹니?" 정말 할머니는 누룽지와 된장국만 드시고 계셨다. 치아가 없으셨는지 우물거리는 모양이 합죽이다. 아마도 골고루 먹어야한.......
    나무와 달|2019-05-15 08:41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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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좋을 때다

    굳이 개를 키우지 않아도 개를 실컷 볼 수 있다. 아침 산책길에서는 정말 많은 종류의 개들이 산책을 나오는데 포메라니안은 귀족 출신답게 우아한 늘 차림. 늠름하게 쭉 뻗은 진돗개, 귀염동이 시바, 미용실에 데리고 가고 싶은 요크셔테리어 등등 거의 모든 견종들이 나와서 산책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그 중 유별나게 운동장을 누비며 망아지 뛰 듯 뛰어다니며 난리를 피우는 혈통을 알 수 없는 강아지. 덩치가 세 배나 되는 개가 지나가도 마구 달려들어 훼방을 놓지 않나 운동장 흙더미 속에서 마구 뒹굴지 않나 그야말로 난전 꼴뚜기가 따로 없다. 진돗개가 나타나자 바로 달려와서 발, 꼬리 등을 물어 뜯을려고 난리다. 하룻강아지 범.......
    나무와 달|2019-05-14 03:34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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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오탈자 대화

    가게 메뉴 중에 오탈자가 심한 단어가 있다. 많은 고객들이 통다리를 롱다리로 주문을 하는 것이다. 주로 나이가 지긋한 연령층에서다. 그런데, 이런 오탈자는 남의 일만이 아니다. 며칠 전의 일이다. 중요한 협의를 해야해서 단톡방에 들어가 있었다. 그 때 안경님이 잠시 어디로 쉬러 가셨는지 보이지 않아 할 수 없이 더듬거리며 글자를 입력했다. 글자들과 숨바꼭질을 했다. 화면에서 멀어지면 보이고 가까이 다가가면 흐려졌다. 글자 몇 개 입력하고 멀찌감치서 훑어보고 다시 가까이서 입력하고를 반복했다. 오자, 탈자가 점점 난무했지만, 몇 개만 찾아서 고치고 급한대로 그냥 발송되었다. 안경을 다시 찾아 발송된 것들을 훑어 보는데 아.......
    나무와 달|2019-05-13 09:40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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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못나서 죄송해요

    스승의 날을 앞당겨서 선생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다. 한정식 식당은 조용해서 이런 자리로 안성맞춤이다. 고령임에도 늘 한결같으신 모습으로 제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생님이시다. 평생을 문학만 해오신 선생님, 다시 태어나도 문학을 하실 열정맨이시다. 그런 선생님께서 오늘 한 말씀 하신다. "변변치 못해 미안하다. 여기 나오면서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저희들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운데 선생님! 어이 그런 말씀을...' 직접 말씀드리진 못했으나 우리 모두들 마음 속은 이러했으리라. 우리 중 한명이라도 이름을 날려서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하는데 아직 기별들이 없다. 거기다가 숙.......
    나무와 달|2019-05-12 03:11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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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어떤 풍경화

    그림을 보고 있다. 높은 산에 둘러쌓이고 푸른 숲길이 이어지고 개울물이 흐르고 있다. 사시사철 때 맞춰 꽃도 피는 마을을 그린 멋진 풍경화다. 오두막집을 지어놓고 살고 싶게 만드는 풍경이다. 그림 속으로 가까이 다가가 본다. 아마 이 곳에도 잡아야 할 벌레도 있을 것이고, 뽑아버려야 할 잡초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도 별 것 아닌 것 갖고 이혼하네 마네 싸우고 있을 것이다. 가만가만 보니 내가 사는 이 곳이 저 멋진 그림과 뭐가 다른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 찰리 채플린의 말이 훅 가슴에 와 닿는다.
    나무와 달|2019-05-11 01:45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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