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나무와 달"에 대한 검색결과1229건
  • [비공개] 그 많은 상추는 다 어디로 갔을까

    아침 나절을 밭에서 지내다 들어왔다. 상추를 뜯다가 온 것이다. 상추는 다른 야채보다 더 빨리 자란다. 빨리 자라는 만큼 빨리 소진해야할 의무도 같이 자란다. 지인으로부터 도와달라는 호출을 받고 밭으로 갔더니 싱싱한 이파리들이 꼭 내 십대를 닮았다. 어느 날, 어머니는 밭에 가서 상추를 뜯어놓으라고 시키고는 외출을 하셨다. 뜯어오라는 뜻을 잘 몰랐던 나는 포기채로 뽑았다. 한 두 포기만 뽑아도 넉넉할 만큼 잘 자란 상추를 남김없이 다 뽑아 집으로 실어 날라 놓았다. 칭찬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가 그 날 저녁 불호령이 무수한 유성들처럼 내게 날라들었던 상처가 남아있다. 상추가 상처로 뒤바뀐 날 부터 상추를 대하는 자세가.......
    나무와 달|2019-06-11 01:56 pm|추천

    추천

  • [비공개] 화려한 소풍

    IMF사태가 터지고 뉴스에서는 나라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뉴스들로만 가득 채워지고 있을 무렵, 일요일 아침이 되면 우리 가족은 모두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그 곳에 가면 먹을 것들이 즐비했고, 아이들은 만화에 나오는 장난감들을 실컷 가지고 놀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아이들 못지않게 주말을 기다렸던 것은 상사와의 마찰, 실적에서 해방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마트! 산과 바다보다 더 자주 찾는 휴식 공간이자 놀이터였다. 어쩌면 그 일요일 하루를 위해 더 열심히 돈을 벌었는 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놀다가 그 곳을 빠져나올 때 쯤, 장바구니엔 물건보다 아이들의 응석이 더 많이 담겨져 있었고. 비리한 것들로 식탁.......
    나무와 달|2019-06-10 08:54 am|추천

    추천

  • [비공개] 내 몸은 놀이터

    창을 열어 두고 잠을 잔 내 불찰이 크다. 모처럼의 단비가 반가워 창문을 열어둔 것인데 그만 원하지 않는 장난꾸러기가 들어와 난장판을 치고 있다. 목 구멍 안으로 들어 와 작대기로 마구 긁어대질 않나, 좁은 통로에 물 한 모금도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틀어 막질 않나, 점점 더 신명이 나는지 머리와 어깨 위로 오르락내리락 스카이콩콩을 뛴다. 내 몸이 기우뚱거릴 때마다 이 녀석, 더 신나 하는 것 같다. 덕분에 하루 휴가다.
    나무와 달|2019-06-09 05:12 am|추천

    추천

  • [비공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당신의 엄마를 부탁해 달라는 메세지일 수도

    《엄마를 부탁해》가 나오자 마자 읽은 후 오랜 만에 다시 읽는다. 벌써 1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문득문득 이 책이 생각나는 건 엄마에 대한 나의 무지함이 혹시나 있지 않을까 하는 데서 온다. 할 일을 다하지 못했을 때 끈적끈적한 것이 늘 따라다니는 것 처럼 엄마에 대한 부담감은 늘 있다. 엄마를 잃고 나서야 엄마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우리 인간은 소중한 것이라는 걸 있을 땐 늘 모른다. 애초부터 잃어야 알 수 있도록 잘못 설계된 프로그램이랄까. 책 속에 나오는 우리들의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 헌신을 했으면서도 계속 미안해 하신다. 뭐가 그리 매일 미안할까. 《엄마를 부탁해》를 다 읽고 몇 주일을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책이.......
    나무와 달|2019-06-08 12:30 pm|추천

    추천

  • [비공개] 색시의 밥상

    카톡에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잘 차려진 밥상 사진이다. 조기구이, 멸치볶음, 시금치 무침. 사진으로만 봐도 군침이 돌고 행복하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어느 모임의 멤버이자 팔순이 넘으신 어르신인데 아내 자랑을 가끔 이렇게 하신다. 사진을 본 다른 멤버들이 폭죽 터지는 이모티콘들을 날려드렸다. 최고의 밥상, 로또 맞은 인생을 본다.
    나무와 달|2019-06-07 02:07 pm|추천

    추천

  • [비공개] 언덕 위의 집

    나즈막한 산동네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지붕들은 멀리서 보면 한 폭의 풍경화다. 빨래줄에 걸린 양말마저도 소품이 된다. 질경이, 소리쟁이들이 힘을 돋우는 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약간 높은 언덕에 다다랐을 때 철문은 굳게 닫힌 건물이 보였다. 콘크리트벽 안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화려한 모습이었으나 서울에서 내려왔으니 자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듯 서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의 말에 의하면 멀쩡했던 사람이 그 집을 다녀온 후 이상해졌다고 한다. 동네 소문은 흉흉했고 사람들은 그 집은 병든 집이라 했다. 국회 파행은 오늘도 여전하다.
    나무와 달|2019-06-06 12:56 pm|추천

    추천

  • [비공개] 낚시

    정원, 지원, 소윤, 지우, 지유 다섯 개의 이름 앞에서 망설이기를 벌써 몇 시간째인지 모르겠다. 이들 이름 중에서 본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골라달라는 동생의 생뚱맞은 부탁을 이메일로 받았다. 한참을 주시하고 있지만 이것들은 계속 내 주위만 뱅뱅 돌 뿐 내 품으로 안겨들지 못하고 있다. 낯선 이방인이 내 집에 들어와있는 느낌이다. 동생은 사주풀이도 같이 보내주었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될 것이며 가정이 파탄나는 수라는 것이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동생은 잘 이겨냈다. 난관이라고 해봐야 아이를 힘들게 가진 것, 직장맘이라는 것, 시댁 대소사가 많다는 것 등 내가 보기엔 보통 가정에서 일어.......
    나무와 달|2019-06-05 10:59 am|추천

    추천

  • [비공개] 냄새의 소유권/차주일

    냄새의 소유권/차주일 밤 11시 넘어 반지하 철문을 연다. 보증금 천에 월세 사십의 집주인은 냄새다. 11년째 바뀐 적이 없는 이 집의 주인이 되어보려고. 미장이며 방수 전문가까지 불러왔으나 냄새는 도무지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오히려 냄새는 두 딸과 아들과 아내와 나를 여지없이 불러들였다. 다섯은 골방에 틀어박혀 서로에게 자유를 배려했다. 이곳에서는 늘 같은 일만 반복되므로, 대화 따위로 서로 시간을 빼앗지 않았다. 둘째가 개인 수건 일곱 장을 달라며 투덜거렸다. 레인보우하이팰리스에 사는 친구를 따라가 층운이 다른 구름냄새를 묻혀 온 날이었다. 첫째가 그 구름을 찾아나섰다. 남아 있는 넷이 며칠간 불안해한 것은 평.......
    나무와 달|2019-06-04 08:52 am|추천

    추천

  • [비공개]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않아서 - 에 ..

    는 내 인생 최고 드라마다. 너무 좋아서 지금도 가끔 보는 최애 드라마다. 설정이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 그래서 꿈 속을 걷는 듯하다. 매 순간마다 적절하게 세팅된 음악들은 내 흐트러진 머리를 맑게 해 준다. 한장한장 고급스럽게 찍힌 영상들은 어느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달콤하고 싶을 때 살짝 꺼내먹는 쿠키 같은 도깨비를 가끔 꺼내 본다. 도깨비 같은 환상을 바라는 건 아니다. 이런 드라마를 같이 논할 수 있는 친구가 없어 서러울 뿐이다. 남편 승진, 자식 토익점수, 부동산 월세 수입 말고, 오늘 당장 저승사자가 끓여주는 차를 마시자 해도 동의해줄 수 있고, 캐나다의 단풍잎을 잡으러 가자.......
    나무와 달|2019-06-03 09:45 am|추천

    추천

  • [비공개] 영화 , 믿고 보는 봉준호 감독. 기생충 후기 및 해석

    영화 기생충을 해석하느라 요즘 난리다. 장안이 떠들석한 영화 기생충을 드디어 보고 와서 나만의 해석을 해보고자 한다. 기생충은 디테일한 영화다. 봉준호 감독이 사회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의 시각을 장면마다 녹여낸 스킬을 뜯어보다보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 보일 것이다. 믿고 보는 봉준호 감독봉준호 감독의 재능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기생충을 보고나면 그 동안의 영화들(괴물,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 마더)은 습작 정도로 보이겠다. 이전 영화들도 물론 훌륭했지만 기생충은 한층 더 세련되면서도 작품성이 있고, 완성도가 높다.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을 물색 배치한 것도, 그 배우들.......
    나무와 달|2019-06-02 06:58 am|추천

    추천

이전  34 35 36 37 38 39 40 41 42 ... 123  다음
셀로거는 비즈니스/마케팅 관련 블로그중 대중에게 RSS를 제공하는 블로그의 정보만 수집 및 정리하여 소개하는 비상업적 메타블로그 사이트입니다.
수집된 내용에 대한 모든 블로그의 저작권은 모두 해당 블로거에게 있으며 공개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Sellogger의 입장과 무관합니다.
셀로거에서는 원글의 재편집 및 수정을 하지 않으며 원문링크를 제공하여 전문확인을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블로그에서만 확인가능합니다.
Copyright (c) Sellogger. All rights reserved. 피드등록/삭제요청 help@sellogg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