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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숱한 호구들...
나는 좋은 도구(好具)가 되고 싶었다. 그게 늦게 시작한 나의 최선의 선택이자 최고의 무기라 믿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밥벌이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호구(戶口)가 없어 호구(湖口)를 걱정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더라. 열심히 했더니 더 하란다. 잘 했더니 또 하란다.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았다. 지금같은 한계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나는... 나를 먼저 생각했어야만 했다. 남을위한배려가 당연함이 되버렸고 숱하게 무시되는 규정과 규칙을보는 것도징글징글하다. 기본이라는게 뭔지...이젠 하나도 모르겠다. 호구(好具)를꿈꿨건만 호구(虎口)가 되버린 나. 어쩌면 좋을까, 이 불쌍한 호구를...추천 -
[비공개] Between Answer and Solution
현재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정확히 이렇다. BetweenAnswer and Solution. 주말을 지내고 나면 뭐가 됐든답이 나올거라고 믿었다. 아니 실제로 답이 나와야만 했다. 답을 얻어야했고, 답을 얻고자 주말 내내 책을 읽었다. 늘 그랬듯 책에서 답을 얻을 수있을거라 생각했다. 다른 책은 모르겠지만 이 책이라면 그래도 답을 찾는데 도움을 줄거라 믿었다. 아주대학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쓴 이 분은 어떻게 버텼을까...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는걸 잘 알지만 궁금했다. 어떤 사명감이, 어떤 믿음이 이 분을앞으로 나아가게 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명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여전히 도망갈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고, 이 모든 상황이 이해할 수 없다가도 이해가 되고, 이해하면 할수록 빨리 때려치워야 할 것 같다고... 이 짓거리를 계속하는게..추천 -
[비공개] Love sLOVEnia - 류블라냐 거리 공연
공교롭게도 내가 여행했을때가 류블라냐 축제 기간이었다. 그래서 거리 공연과 소소한 이벤트들을 심심치 않게 봤다. 오픈 키친 마켓을 지나 음악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걸었더니 시청사 앞에서 거리공연을 하더라. 네 명의 뮤지션이 꾸미는 연주와 노래.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려고 했는데 노래 실력이 상당하다. 그대로발이 묶여 한참을 감상했다. 4인조 밴드의 흥도 흥이지만 무대 앞에서 춤을 추는 꼬마들의 흥이 엄청났다. 밴드도, 아이들도, 아이들의 부모도, 모여있는 사람들도 다 얼굴에 엄마미소를 짓고 있다. 아이들의 흥은, 남들시선따위 안중에도 없다는듯 자유로웠다.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부러웠다. 말의 언어가 아니라 몸의 언어로말하는 사람들을 보는건 언제나 수줍다. 그게 노래든, 연주든, 춤이든, 그림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추천 -
[비공개] Love sLOVEnia - 세번째 류블라냐 (Open Kitche..
오후 6시. 돌아다니기 딱 좋은 시간이다. 하늘이 흐리긴 하지만 당장 비를 뿌릴 정도는 아니다. 우산을 챙겨들고 호텔을 나섰다. "The brave men did not kill dragons, The brave men rode them" 그런가???? dragon은 커녕 brave men도 본 적이 없어서... 사실 내고자 했던곳은. 류블라냐에 도착한 첫 날너무 맛있게 먹은 젤라토 가게였다. 밤 늦은 시간에 우연히 들어간 곳이라 가게 이름을 몰라서... 대성당 뒤 어디쯤인인 것 같았는데... 아닌가보다. 결국 못찾았다. 대신 오픈 키친 마켓(Open Kitchen Market)을 찾았다. 찾았다고 표현은... 사실 적절치 않다. 중앙시장 쪽으로 워낙 크게 열려서 못보는게 더이상하다. Open Kitchen Market은 3월 중순부터 10월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일종의 food festival이다. 어쩌다보니 류블라냐의 마지막 날이 금요일이어서 마주쳤다. 이런 행운..추천 -
[비공개] Love sLOVEnia -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류블라냐로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캐리어를 끌고 20여 분을 걸어서 도착한 버스정류장. 인터넷상에선15:05. 15:10분 두 대의 차가표시되어 있다. 대략은 1시간에 1대 운행하고 류블라냐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2번 탑승장 앞에서 20여 분을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했다. 기사님께 직접버스요금(6uro)을 내고 자리에 앉은 시간은오후 3시 15분. 다 고맙더라. 비가 멈춘 것도, 날이 개인 것도, 기다리지 않고 포스토이나 동굴을본 것도, 그리고 버스를 오래 기다리지 않은 것까지 다. 여행은 끝나가고 어느새 세 번째 류블라나행이다. 여행자긴 하지만이렇게 몇 번번 류블라냐로 돌아오니 제법 귀가(歸家)의 느낌도들었다. 이런 여행도... 참 괜찮구나... 생각했다. 버스에서 내려 막힘없이 길을 찾아가는 내 모습도 제법 기특했다. PARK HOTEL 두번..추천 -
[비공개] Love sLOVEnia - 포스토이나 동굴 (Postojnska J..
포스토이나 동굴 투어는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다. 어느 정도는 전기기차를 타고 들어가고 중간부터는 가이드를 따라 단체로 움직이면 된다. 매표소에서 받은 오디오가이드 기계에해당 번호를 누르면 내가 있는 곳에 대한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는 물론 유료 ^^ (동굴 투어+오디오 가이드 = 25.80 uro) 투어가 시작되는 동국의 가장 높은 골고다 언덕부터 스파게티홀, 핑크홀, 화이트홀, 러시안 다리. 피사의 사탑 등등... 거대하게 드리워진 커튼들.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종류석들과 석순. 석주들. 10년에0.1m씩 자란다고 했던가? 이곳에서는 시간이라는게 무용해보인다. 공간이... 시간을 삼켜버린 곳. 지금 나는 고래 뱃속에 갇힌 요나가 되버렸다. 조악한 핸드폰으로 아무리 찍어봐도 동굴의 거대함을, 위용을, 신비함을 담아낸다는..추천 -
[비공개] Love sLOVEnia - 포스토이나 동굴 (Postojnska J..
포스토이나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6분. 캐리어를 끌고 서둘러 길을 찾았다. 만약 오후 1시 관람을 놓치게되면, 꼼짝없이 1시간을 기다려야해서 마음이 급하다. 그나마다행인건, 5월부터 8월까지는 매시 정각마다들어갈 수 있다는거다. 나머지 기간엔 하루에 3~4회만 오픈해서 시간을 놓치거나 관람객이넘쳐나면 못볼 수도있다. 끌고 온 캐리어는 매표소 사무실에 맡겨놨다. 심지어 무료 ^^ (But! 분실시 책임은 안 짐!) 포스토이나 동굴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석회 동굴이다. 우리나라에도 석회동굴이 꽤 있긴한데 사실....난 석회동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기대가 컸다. 열차에 탔을 때 앞사람 머리에가려지면 안보일것 같아서 들어가면 맹 앞줄에 앉아야겠다 생각했다. 오른쪽 큰 입구가 들어가는 곳이고, 왼쪽 작은 입구가 나오..추천 -
[비공개] Love sLOVEnia - Prian 출발... 그런데... 어디로?
오전 8시 15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비가 쏟아진다. 짐을 줄이기 위해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비 내리는 아침. 방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비의 모습은 더없이 좋지만, 잠시 뒤저빗속을 뚫고 버스를 타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심난해진다. 이런 날엔기내형 캐리어도 거대한 산처럼 느껴진다. 비는 그치지 않고 오히려천둥번개까지 더해져 더요란해졌다. 게다가방문 열쇠는 끝까지 나를 괴롭힐 작정을 했는지도무지 빠질기미가 없다. 호스트의 방문은 굳게 닫혀있고 문을 두드려 깨우는게 맞는건지도모르겠고... 결국 열쇠를 방문에 꽂아 놓은채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인사도 못하고 나온게 지금도영 찜찜하다) 30여분을 기다려 10시 10분 류블라냐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탄 사람은 나까지 5명. 비가 그치지 않..추천 -
[비공개] Love sLOVEnia - Piran의 파도
바람이 엄청났다. 가만히 서있어도 몸이 이리저리 떠밀릴 정도다. 사정없이 휘청이는 몸. 물건들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고정하지 않은 화분들이 쉽게 내동댕이쳐졌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기세다. 잔득 흐리고, 잔득 낮고... 그래도일단은 버텨본다. 피란의 파도를다시볼 순 없을테니까. 바람소리. 파도 소리. 파도가 제법 높다. 쉽게 제방을 넘나든다. 두어걸음 떨어졌는데도 물이 채찍처럼 날아든다. 하지만 그 날카로움조차도 마냥좋다. 왜냐하면. 떠나야 할시간이 점점 다가오니까. 남아있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추천 -
[비공개] Love sLOVEnia - Piran의 아침 2
어쩌면... 나는, 이곳으로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돌아오더라도 여기아닌 다른곳으로 갔어야했다. 프라다 칼로도 그랬던걸까?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일기장에 이 글을 쓰는프라다 칼로의 마음이... 읽힌다. 그래, 나는 그날 저기 골목 어디쯤에서 그대로 숨어버려야했다. 왜 그렇게 안했을까....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