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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한 인문학자의 죽음을 애도함
엊그제 지하철을 탔다. 50 대쯤 되어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남자들이 신문 한 면을 두고 나지막하게 주고받던 말이 들렸다. “먹고 살만한 양반이 뭣 땜에 저러나?” “많이 배우면 저렇게 되나? 도대체 이해가 안 돼.” “배가 부르니, 딴 생각이 나겠지.” “우리처럼 배고파 본 적이 없으니, 저런 일 땜에 목숨을 끊지.” 뭔 소린고 해 자세히 들어 보니 총장 직선제를 외치며 투신한 부산대 국문학과 고현철 교수에 관한 얘기였다. 듣고 보니 그렇긴 하다. 먹고 살만한 양반이! (부산대 국문학과 고현철 교수의 유서) 그런데 이런 생각을 그 남자들처럼 서민들만 품지는 않는 것 같다. 제법 배운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래선지 그 사건.......추천 -
[비공개] 힘과 정의
학교에서 제대로 배운 것 같은데도 사회에 나와 보면 헷갈리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산다고 배웠는데, 졸라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오히려 금수저 물고 나오거나 사기 치는 놈이 잘 사는 걸 확인하는 경우가 가장 헷갈렸던 건 이제 고전적인 경험일 뿐이다. 그래도 이런 건 금수저 혹은 세습, 상속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정리할 수 있으니, 수긍할 순 없어도 '설명'은 된다. 하지만 정의(justice)와 힘(power)의 문제는 여전히 알쏭달쏭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이다. 옳으면 힘을 얻게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교과서적 답은 “예”다. 왜 그런가? 종교적 경전은 물론 교과서마저 ‘진리가 궁극적으.......추천 -
[비공개] 대지의 은혜
19세기에산업혁명이 본격화된 후 자본주의가 20세기 초반으로 들어서자 인간의 삶은 자연의 제약을 크게 벗어나게 되었다. 의식주 가운데 '의'는 합성섬유로 직조되기 시작하고, 다양한 가공식품이 등장하였으며, 철강, 콘크리트, 플라스틱소재로 '주'가 건축되었다. 하지만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사람들의 삶이 자연조건에 크게 좌우되었다. 의식주, 거의모든 것은자연의 산물이었다.대지는 이 모든 것을 공급하였다. 보잘 것 없게 보이던씨를 뿌리면 대지는 신기하게도 곡식, 채소, 과일 등유용한 음식은 물론 아름다운 꽃도 내어 주었다. 그래선지 조선시대 경제정책은 '농자천하지대본야'의 정신을 따랐고, 실학사상 중 중.......추천 -
[비공개] 우리 안의 불의, 우리 밖의 정의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저서 에서 "인간이 자신의 정부를 결여한 순간 그들의 권리는 최소한으로 축소되고 어떤 권위도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남지 않았으며, 어떤 기구도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국가 없는 이들에게 소수자들로서 국가적 권리의 상실은 인간적 권리의 상실과 동일시되었다"고 설파하였다. 그녀는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길은 특정한 ‘정치공동체’에 속하는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으며 실제 역사에서도 한 집단에 속해 시민의 권리를 가지지 못하면 아무런 권리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국가 혹은 국민국가는 인간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그토록 중요하다는 것이.......추천 -
[비공개] 이럴 땐 우짜면 좋을까요
이웃 여러분 한달 전인가 제 스마트폰이 이유없이 느려지다 결국 로딩 자체가 안 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AS센터에 갔더니 알렉산더 대왕이 "고디아스의 매듭"(Gordian knot)을 풀듯이 단칼로 베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메모와 전화번호부를 완전히 삭제해 버리더군요. 눈물을 머금고 허락했습니다. 스마트폰 개통 3년간 관계를 몽땅 잃어버렸죠. 상대방이 제게 전화 안하면 영영 연락 두절입니다. 전주부터 걸려오는 전화마다 입력해 하나둘 살리고 있는데 어제 폰을 물에 퐁당 빠뜨렸습니다. 들은 말대로 땡볕에 하루동안 전화기를 바싹 말린 후 오늘 전원을 연결했는데, 급기야 불통이네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고, 스마.......추천 -
[비공개] 50대 꼰대들의 낡은 진보
나는 아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아들이 어릴 땐 주로 도덕적 훈계가 주요내용을 이루었다. 좀 큰 학생으로 된 후 도덕적 잔소리는 계속되었지만 그 횟수는 현저히 줄고, 대신 사고하는 방법에 대한 잔소리를 좀 한 것 같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교수 아빠 역시 자식에 대한 가정교사 역할은 소싯적에 이미 포기했지만, 화석화된 통념과 상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태도와 방법을 일상 대화 속에서 간접적으로 교육한 건 분명하다. 그런 교육의 결과는 교육자에게 항상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좀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나는 교육을 '피교육자의 비판적 칼날에 교육자가 피살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부정하.......추천 -
[비공개] 조선일보 품에 안긴 한겨레
경제학에 보수와 진보가 있듯이 정당에도 보수와 진보가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이런 구분방식을 "편가르기"로 폄하하는데 이런 자들을 보고 있으면 한심하다.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은 생각을 갖는다. 그래서 호모사피엔스라 하지 않는가? 물론 동물도 생각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것들은 오로지 쳐먹는 것과 오입할 생각만 한다. 생각이 여기에만 머무는 사람을 '동물(짐승)'이라 부른다. 대학의 강단에서 경제를 가르치거나 노벨경제학상을 휩쓰는 신고전학파경제학자들(neo-classical economist)의 임무는 인간을 이런 존재로 교육시키는 것이다. 쳐먹는 것과 오입에만 열중하지 않는 게 인간이라면, 인간들의 생각은 제각기 다를 수 밖.......추천 -
[비공개] 존엄한 죽음
엄마 뱃속으로부터 나올 때 엄청 울었단다. 그렇게 악을 쓰면 울 정도였다면, 엄마만큼 나도 고통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고통은 있었다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태어나 살아오면서 인생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더라면 태어나는 순간 어머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고자 결단했을 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났다. 그때 아무 생각이 없었고 내 의지가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죽음은 다르다. 이미 생각하는 존재로 성장해 버렸다. 산전수전 다 겪어 알 만한 것 다 안다. 고통이 뭔지도 안다. 극도의 고통을 안겨 주는 연명치료가 죽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알겠다. 기저귀를 차고 악취를 풍기며, 가족.......추천 -
[비공개] 그리스 경제위기 제대로 이해하기
국어사전은 통상 학문(學問)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나 지식 그 자체로 정의하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문자 그대로 '배우고(學) 묻는(問)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배움은 선생의 가르침으로부터 도달하지만 생활 속의 경험으로부터도 이루어진다. 내가 지금까지 어쭙잖게 학문이란 것을 해 오면서 배워 온 것은 궁극적 진리 혹은 지식 그 자체보다 배우고 묻는 방법(methodology)이었던 것 같다. 배우고 묻는 방법에 따라 인식되는 진리(?)의 질과 방향이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믿고 있는 진리 혹은 사실이란 참으로 상대적이다. 극단적 상대주의의 무책임성에 환멸을 느끼고, 그것이 야기하는 지적 황폐화와 거리를 두기 위해 학문은.......추천 -
[비공개]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왜 쓰는가? 어떤 행동에 대한 이유를 분석할 때 가장 익숙한 기준은 ‘재미’다. 재미로 글을 쓴다. 그렇다면 재미없을 때 그만 두면 된다. 아주 허접한 판단기준인 것 같지만 사실 그 뒤에는 쾌락주의(hedonism)라는 거대한 철학적 흐름이 버티고 있다. 사실 내가 몇 년 전 블로그를 시작할 때 가졌던 동기 중 하나다. 아들이 ‘싸이’질을 재밌게 하기에 나도 재미 좀 누려 보자고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내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당시 블로그에서 차지하는 조회수, 댓글, 이웃의 규모 등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신문의 경제기사 하.......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