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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야만인을 기다리며
몇번 이야기했지만, 전 소설 잘 안 봅니다. 깔봐서가 아니라, 메시지 찾기에 강박적인 현대 독서인의 초조함이겠지요. John Coetzee(Title) Waiting for barbarians @paperroses님의 소개로 알게 된 작가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는 읽는 내내 책장 덮는게 아쉬워 야금야금 아껴 읽은 소설입니다. 소설이라, 글쎄, 스토리를 중심으로 늘여 쓴 문장이라는 형식면에서는 분명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상상을 자극하는 면에서는 우화집 같고, 깊이 생각 속에 잠기게 만드는 성향은 철학책 같고, 옳고 그름에 대해 다각적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점은 도덕책 같습니다. 그보다 더 큰 매력은, 생경한 세팅임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인간의 본성을 묘사하고, 솜씨 좋은 외과의사처럼 몸 속 숨어있는 감정선을 끄집어내어 백일하에 드러내는 필치로 인해 끊임없이 상황에 몰입하..추천 -
[비공개] 누구를 위해 블로깅을 하나
어제 댓글로 나눈 대화부터 소개. 사실, 짧은 몇단어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담론이 밑받침된 이야기입니다. 사라진 블로거들 먼저 해묵은 논쟁부터. 블로거가 무엇일까요. 자원봉사 글쟁이 설, 영세무허가 저술가 설, 일상생활 중계자 설 등 수많은 관점이 있지만, 아직도 블로거가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희소합니다. TGIF 한RSS, 올블로그, 블로그코리아 기억나십니까. 한때 웹2.0의 총아로 떠오르며 무한한 찬사와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아련한 기억 속 이름으로 물러섰습니다. 바로 TGIF (twitter, Google, iPhone, facebook)가 득세한 그림자이기도 합니다. RSS 상에서 움직이는 블로그 플랫폼의 퇴조는 블로그의 쇠락과 그 궤를 같이 합니다.특히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약간 다른 특징은 있지만, 두 소셜 서비스 모두 간편하다는 장점과 관계지..추천 -
[비공개] [Barcelona 2010 Nov] 14. Walkaround in..
몬주익 성을 내려와 마지막 여정을 매듭 짓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신항구, 포르토 벨로 향했지요. 통상적 항구와 다르게 물이 투명하고 깨끗합니다. 수 많은 고기 떼가 헤엄쳐도 사람들은 어항보듯 즐기고만 있는 점도 특이하지요. 시대를 잊은듯, 공간을 잃은듯, 아름다운 항구는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 배하나 집어타고 망망대해로 나아가고 싶은 생각도 모락모락 납니다. 강렬한 햇살 아래 많이 걸어서 모두 목이 많이 마릅니다. 우선 목부터 축입니다. 이런 날 스파클링 와인의 일종인, 카탈루냐 특산 카바(cava)는 딱 알맞은 음료입니다. 맥주의 청신함과 와인의 우아함이 한잔에서 만나는 맛이지요. 가재와 오징어, 대구와 파에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해산물 메뉴입니다. 바닷가 좌석은 자리를 파하기..추천 -
[비공개] [Barcelona 2010 Nov] 13. View of Medit..
어느새 여행은 막바지로 치닫습니다. 이제 하루만 있으면 스페인을 떠납니다. 남은 동안 무얼해야 가장 좋을까. 고민되는 선택입니다. 전 단순한 원칙을 다시 택했습니다. '마지막 날이라도 알뜰히 이것 저것 보려는 욕심을 버리자. 다만 우리 가족이 함께한 이 시간을 충분히 의미있게 하자..' 여기에 딱 맞는 선택이 있습니다. Save the best for last, 몬주익 성입니다. Paral-lel 역에서 푸니쿨라르 타고 올라가, 새로 표 끊고 곤돌라를 타면 몬주익 성에 닿습니다. 몬주익 언덕은 지중해를 맞서는 요새이자, 바르셀로나를 품에 안은 유서깊은 산입니다. 여기 역시 카탈루냐의 한이 서려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 유명한 왕위 계승 전쟁에서 카탈루냐는 펠리페 5세를 반대했습니다. 펠리페는 왕위를 물려받은 후 카탈루냐를 보복 정벌하지요. 바르..추천 -
[비공개] [Barcelona 2010 Nov] 12. A short trip ..
바르셀로나에만 내내 머물러도 충분히 좋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인근의 몬세라트는 바르셀로나, 그리고 카탈루냐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보조교재입니다. 예술가의 미학적 영감, 그리고 카탈루냐 민족정신의허브라는 두가지 키워드가 몬세라트를 감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스파냐 역 앞 광장 몬세라트는 서울의 국철 1호선과 유사한, R5로 닿을 수 있습니다. 출발은 스페인 광장 옆 Espanya 역입니다. 자판기에서 표를 사야하는데, 알고 보면 쉽지만 처음 가면 헛갈립니다. 내리는 역이 수도원 역(Monistrol de Montserrat), 아에리 역(Montserrat Aeri) 등에 따라 교통이 푸니쿨라르(funicular 등산열차), 케이블 카로 나뉘고 다시 어른요금, 아이요금 등등이 있어 메뉴가 복잡합니다. 다행히 영어가 가능한 안내원이 몬세라트 전용 부스에서 상담..추천 -
[비공개] 네번째 추천사
이번에 페이스북에 대한 책이 새로 나왔습니다. 블로고스피어에서는 알만한 블로거의 작품이지요. 요즘 한참 뜨고 있는 페이스북에 대한 책입니다. 예전 트위터의 확산에 처음 주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요즘에는 페이스북의 맹위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속속 페이스북 가입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싸이월드와 비슷하지만 또 다르고, 트위터와는 함께 거론되지만 전혀 다른 서비스 페이스북.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는 요즘 잘나가는 회사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그 페이스북의 이면과 이력을 꼼꼼히 뜯어보고 정리한 책입니다.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SNS에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볼만 합니다. 제게 추천사를 부탁했을 때 흔쾌히 응락을 했습니다. 저자의 필력과 내공을 잘 알기 때문에 허튼 책은 아니란 믿음이 있었지요. 추..추천 -
[비공개] [Spain 2010] 11. Star wars
오늘 새벽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벌 축구전인 엘 클라시코가 있었는데, 바르셀로나의 홈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처참히패배하였습니다. 오늘은 스페인의 축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스페인에서 열광하는, 그래서 꼭 볼 필요 있는 세가지 스포츠라면 투우, 플라멩코, 축구입니다.플라멩코는 마드리드에서 진하게 경험했고, 투우는 시즌이 끝나 방법이 없습니다. 축구 역시 체류하는 동안 주말 홈경기가 없어 직접 볼 수는 없어 아쉽습니다. 스페인, 아니 세계적으로 최고 클럽으로 통하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사의 본거지에 머물렀는데도 말이지요. 하지만, 실제 경기가 있었어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긴 힘듭니다. 일단, 홈경기는 미리 매진이 되어 표사기가 어렵습니다.게다가 그 가격이 원래 비싼데다 암표는 값이 천정부지입니다. ..추천 -
[비공개] [Barcelona 2010 Nov] 10. Tapas tapas
마드리드에서 인상 깊은 음식이 하몽이었다면, 바르셀로나는 단연 타파스입니다.물론, 타파스는 남부지역에서 시작한 간단한 일품 요리이므로 딱히 바르셀로나만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싱싱한 해물을 사용하는 카탈루냐 타파스는 정말 맛이 좋습니다. 전 바르셀로나만 생각하면 타파스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유쾌한 기억과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이자까야처럼 양적고 맛난 요리를 가지가지 순서대로 시키니 안주 겸 식사로 훌륭합니다. 게다가 신선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카탈루냐 조리법은 화려하지 않아도 미각과 시각을 흡족히 채웁니다. 하나 더 꼽자면, 토마토 바른 빵도 좋습니다. 그냥 단순한 딱딱한 빵에 싱싱한 스페인 토마토를 문지른 건데 그렇게 맛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 빵만 몇 접시를 시켜 먹었는지 모릅니다. ..추천 -
[비공개] 논리의 역습
전에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받았던산업경제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전에는, 간단한 교재로 논리학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주말마다뉴스 클리핑후에 토론을 합니다. 이번 주의 이야기. Theme #1 울산에서 자전거 대여를 했는데, 자율반납으로 한 경우는 60대가 모두 분실되었는데, 신분증을 맡긴 경우는 100% 반납을 했다는 기사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피상적 정형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많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예컨대, 만원짜리를 거리에 방치했다가 잃어버린 경우. 그걸 사람들의 비양심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그렇게 분실을 조장한 사람의 분별 없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요지입니다. 만일 인적사항을 기록 하지 않더라도, 단지 신분증을 보여만 줘도 반납율은 많이 올라갑니다. 실제로, 무료 간식 제공 후 보답으로 자율기부..추천 -
[비공개] [Barcelona 2010 Nov] 9. Guell Park
유럽 모든 도시 중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 바르셀로나입니다. 가족 첫 유럽여행을 스페인으로 오게 된 이유기도 하지요. 전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도 갔지만, 제가 가족에게 가장 바르셀로나다운 곳으로 보여주고 싶은 장소는 구엘 공원입니다. 아침 먹자마자 바로 향했습니다. 구엘 공원 가는 방법은 메트로 L3 Lesseps에서 걸어가면 됩니다만, 구엘공원의 정문으로 들어가 순차적으로 보겠다는 생각만 포기하면 더 쉬운 길이 있습니다. Lesseps 다음 역인 Vallcarca에서 내리면 공원 옆구리입니다. 그리고, 주민들을 위한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바로 구엘공원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즉 공원의 가장 후면인 정상에서 공원 정문까지 내려오면서 일반 관광객과 반대의 순서로 보게되지요. 이러면, 우선 체력소모를 대폭 줄일 수 있으면서, 비교적 관광..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