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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데이비드 호크니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David Hockney, Acrylic on canvas, 2.1m×3.0m, 1972 예술가의 초상(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 PortraitofanArtist(PoolwithTwoFigures) 데이비드 호크니DavidHockney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210cm*300cm, 1972년도 작품 외로움에 대한 작품이라고 하면 어떨까, 아니면 그리움에 대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이건 동성 연인에 대한 것이기도 하면서 인상주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의 데이비드 호크니는 동성 연인과의 헤어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회화와 사진 사이를 오가며 원근법에 대한 회화적 고찰을 이어나간 작품이기도 하다. 전자의 측면에서 외로움에 대한 작품이며, 후자의 측면에서 인상주의자들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작품인 셈이다.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상주의가 사진이 가지는 환영주의를 극복하기 위..추천 -
[비공개] 성 바르톨로메오 조각상
마르코 다그라테(Marco d'Agrate, 1504-1574)의 조각상 은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안에 있다. 내가 왜 이 작품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보고 끔찍해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예수 그리스도의 12사제 중 한 명인 바르톨로메오 성인은 아르메니아 지역에서 산 채로 피부가 벗겨지는 형을 당하며 십자가에 묶인 채 순교하였다. 그래서 바르톨로메오 성인의 상징은 벗겨진 살가죽과 칼이다. 아래 조각상에서 몸을 두르고 있는 것이 바로 벗겨진 살가죽이다. 그래서 몸은 처참할 정도로 드러나 보는 이를 아프게 한다.추천 -
[비공개] 문신(타투)과 그리스 청동 투구
집 앞에 골목길 이십대 초반의 여자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전자 담배를 피우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하얀 두 다리가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고 그 위로 무채색 주방 앞치마가 포개져 있었다. 흰 색 반팔 티셔츠 위로 목덜미 옆으로 살짝 문신(타투)이 보였다. 그 작고 앙증맞은 문신은 아이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더 부각시켰다. 하얀 살갗 위로 희미한 담배 연기로 흘러 지나갔다. 여자아이는 핸드폰을 보던 얼굴을 들어올려 맞은 편 건물 벽을 향해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하지만 담배 연기는 금세 사라졌다. 내 짧았던 이십대처럼. 모든 것이 절망스러웠던 시절, 나는 모든 것을 위선이라 여기며, 나 또한 위선으로 포장했다는 걸 그 땐 몰랐다. 거친 말을 진실된 태도라 여겼고 술만 마시면 아무 이유없이 취해 버렸다. 그게 젊음이라 여겼다. 다..추천 -
[비공개]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 있는 나날 The Remains of the Day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지음), 송은경(옮김), 민음사 '위대한 집사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숙고해 보지 못한 어떤 총체적인 차원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145쪽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왜 스티븐스의 집사 이야기를 계속 읽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법도 한데,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연신 재미있어하며 읽고 있었다. 실은 대부분 의미 없는 에피소드들이다. 스티븐스이 캔턴 양을 찾으러 가는 동안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이 소설의 중심 사건은 스티븐스과 캔턴 양과의 관계로 집중된다. 그리고 이런 식의 전개에 익숙한 독자는 이 관계에 호기심을 가지며 읽지만, 켄턴 양의 이야기가 소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이야기마저도 ..추천 -
[비공개] 작가 피정, 노시내
작가 피정 - 경계와 소란 속에 머물다 노시내(지음), 마티 세상을 떠돌며 살다보니 지인은 많아도 친구는 적다. (230쪽) 이십대 무렵 잠시 유학을 생각한 적 있었다. 하지만 집에 말을 꺼내자 반대에 부딪혔다. 그냥 나가도 상관 없었을 텐데, 나는 곧바로 그 생각을 접었다. 지금에서야 그 때 무모하게 갔다면, 어땠을까, 나는 지금쯤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마 나갔다면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부모님께서도 그럴 기미가 보였으니, 반대를 하셨을 것이다. 한참이 지난 후 이런저런 일로 터키, 독일, 프랑스에 나갔을 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으니, 나는 어딜 가도 되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렇다고 부러워하는 건 아니다. 가끔 지금 내 삶에 대한 사소한 불만이 있을 때, 이런 생각..추천 -
[비공개]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인영균 끌레멘스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인영균 끌레멘스(지음), 분도출판사 고향집에서 성당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5월이지만, 꽤 더운 날씨의, 일요일 오전. 신부님은 강론 중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이야기하셨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세스 노터봄의 을 몇 년째 읽고 있는데, 이 기행수필은 노터봄의 명성에 걸맞게 예술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우아한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여기엔 번역가 이희재 선생의 한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나는 안다. 돌아오는 사람, 떠나가는 사람의 감정이 쌓일 대로 쌓여서 그곳에만 가면 어쩐지 반가움도 더 부풀려지고, 아쉬움도 더 부풀려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 이 세상에는 있음을. 섬세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면 암스테르담..추천 -
[비공개] 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예술과 풍경 ThePursuitofArt:Travels,EncountersandRevelations 마틴게이퍼드Martin Gayford(지음), 김유진(옮김), 을유문화사 “모든 화가는 자기 자신을 그린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속 48킬로미터로 달리는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좋은 회화와 나쁜 회화를 구분할 수 있다." - 케네스 클라크 빠르게 책을 읽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이었다(이건 내 기준일테니,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구나). 마틴 게이퍼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 평론가이면서 데이비드 호크니나 루시안 프로이드와 같은 현대 예술가들의 친구이다(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로 책을 몇 권 내었다). 이미 몇 권의 책들이 한글로 번역 출판되어, 현대 예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미 읽었을 것이다. 이 책은 예술작품, 또는 예술가와 함께 한 여행들에 대한 산문집이다. 편하고 ..추천 -
[비공개] 챗GPT로 책 쓰기, 책 만들기
챗GPT로책을쓸수있다,만들수있다는글을종종보게된다.그런데챗GPT로책을쓸수있다는말을나는도통이해하지못한다.책을쓰는것에는여러가지동기와목적이있을수있다.개중(個中)에는돈을벌기위한목적도있을수있다.그래도이상하다.챗GPT로책을쓸수있다니. 우선자신이알고있는내용을정리해서다른사람들에게알리고자책을쓰고자한다.자신이알고정리한내용은다른사람이알거나정리한내용과는다를것이며어느부분에서는차별화되어있고독창적일것임을믿는경우책을내고자한다.반대로책출판을목표로자신이알고있는것을정리하기도한다.자신이가지고있는아이디어를바탕으로자료를찾고수집하고정리하여원고를만들어갈수있을것이다. 어쩌면후자의방식일때챗GPT가도움이될지도모르겠다.하지만(내가알기로는)상당히거짓말에능한인공지능검색엔진(챗GPT..추천 -
[비공개] 낮술
대낮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난다. 그렇게 걷고 나면 쉬이 지친다. 이젠 뭘 해도 지칠 나이가 되었다. 지쳐 쓰러져 영영 깨어나지 않으면 어떤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단 전제가 있기는 하다. 그렇게 영영 의식이 없어야 한다. 사후 세계라든가 이런 것이 있으면 안 된다. 생명의 입장에서야 살고자 하는 의지가 크지만, 우주의 입장에서는 생명이란 우연스러운 사소한 사건일 뿐이며, 생과 사는 일종의 반복이며, 등가(等價)다. 내 의식에겐 죽음이며, 사라짐이지만, 우주의 입장에서는 변화란 없다. 어차피 우주 전체적으로는 고정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그냥 소주를 마시다 보니, 내 손이 빨라졌고 취한다는 생각 없이 그냥 마셨을 뿐이다. 최근 나는 너무 급하게 술을 마시고 순식간에 취하고 그렇게 암흑의 우주를 내달린다...추천 -
[비공개] 빈곤과정, 조문영
빈곤과정 Poverty as Process 조문영(지음),글항아리 조박사님, 그만두십시오. 아니 중국 공민도 아니고 외국인이 와서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겁니까. 여기 정부 쪽 사람들 반감 가질 게 뻔합니다. 한국 사람들 조선족 마을 와서 이것저것 대꾸하면 우리야 기분 나빠도 같은 동포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조 박사님은 이 중국인들한테 완전 외국인 아닙니까. 이 사람들이 법을 모르든 어떻든 그거야 그들 사정이죠. 아니 자기들 친척 다 있고 한데 어딜 괜히 나선답니까. 저 같은 중국인 기자도 이런 일에 관여하면 십중팔구 이기지 못하는 게 뻔한데 아니 외국서 온 사람 얘기를 도대체 누가 들어준답디까 … … 물론 도우려는 맘은 알겠지만 이쯤에서 그만두십시오. (175쪽) 일본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의 책들을 읽으면서 왜 한국사회학자들은 민족지..추천